[오피니언] ‘알 거 다 아는’ 요즘 아이들, 촉법소년 만 10세 하향과 부모 연대책임이 필요한 이유

촉법소년, 만 14세는 너무 높다 — 이제는 기준을 바꿀 때다

최근에도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력범죄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그래도 아이니까”라는 말로 넘어가지만, 정작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나는 이제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 기준을 진지하게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만 14세’는 시대에 안 맞는가

현재 형법상 촉법소년 기준은 만 14세다. 하지만 이 기준이 만들어진 시대와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미디어에 어릴 때부터 노출되어 있다. 무엇이 범죄인지, 무엇이 사람을 다치게 하는 행동인지 이미 알 것을 다 안다. 예전처럼 “몰라서 그랬다”는 말이 통하던 시절이 아니다. 누군가를 때리는 것, 흉기를 휘두르는 것,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사실까지 모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서적으로, 인격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한 것이 맞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판단력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형성된다. 그렇다면 처벌 가능 연령의 기준도 현실에 맞게 낮출 필요가 있다. 나는 만 10세 정도가 더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본다.

물론 이 지점에서 발달심리학 쪽의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옳고 그름을 아는 것’과 ‘그 순간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능력이며, 후자를 담당하는 뇌 영역(전두엽)은 10세 전후로는 아직 미성숙하다는 연구가 많다. 즉 “알면서도 저질렀다”기보다 “알아도 참지 못했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이것이 처벌 자체를 없애야 할 이유는 될 수 있어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우지 않아도 될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무조건 처벌하자는 게 아니다 — 나이에 따라 다르게

여기서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나는 ’10살이면 성인처럼 감옥에 보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나이에 따라 책임의 정도를 세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0살과 13살이 같을 수 없고, 13살과 17살도 같을 수 없다. 범죄의 종류와 피해 정도, 고의성, 반복 여부, 아이의 가정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책임을 다르게 물어야 한다. 우발적인 작은 잘못과 사람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범죄를 같은 기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 처벌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열어둘 수 있다고 본다.

  • 부모가 자녀를 대신하여 처벌(또는 그에 준하는 책임)을 받는다
  • 피해의 경중에 따라 부모에게 무거운 벌금을 부과한다
  •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죗값을 치르게 한다
  • 일정 기간(예: 10년 이상) 관찰·교화 과정을 거치게 하고, 그 사이에 충분히 개선되었다면 그 시점에서 마무리한다

중요한 건 ‘모든 미성년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자’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나이만 어리면 사실상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이 논의에서 우리가 자주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피해자의 삶이다.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받는 동안,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중대한 범죄의 경우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어린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가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교정과 재활의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그 피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까지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촉법소년 제도는 가해자의 미래만 지나치게 앞세우고, 피해자의 몫은 뒷전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의 책임을 묻는 것이 왜 필요한가

특히 나는 부모가 함께 책임을 지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가 아무리 올바르게 가르쳐도 자녀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녀가 범죄를 저질렀으니 부모도 무조건 처벌한다”는 식의 접근에는 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방치하고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연좌제 아니냐’는 반발이 클 것이다. 실제로 형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가 ‘자기 책임 원칙’, 즉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자녀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또한 한부모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처럼 이미 취약한 환경에 있는 가정에는, 부모 처벌이 사실상 이중의 처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부모의 방임 때문인지, 부모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통제하기 어려웠던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최소한의 책임을 부모에게 지우는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형사처벌을 하자는 게 아니라, 방임이나 관리 소홀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에 한해 벌금이나 사회적 책임(교육 이수, 지도·감독 명령 등)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실질적인 책임(형사적이든, 경제적이든)을 지게 된다면, 부모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책임감을 갖고 자녀를 키우게 될 것이다. 최소한 “우리 애는 어려서 처벌 안 받으니까 괜찮아”라는 안일한 태도는 사라지지 않을까.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한 가지 더 짚어볼 부분은 국제적인 흐름이다. 실제로 OECD 다수 국가는 최근 몇 년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유지하거나, 처벌 대신 교화·치료 중심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처벌 강화가 재범 방지에 반드시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연구들과도 맞닿아 있다. 이 흐름을 무시하고 우리만 연령을 낮추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다만 나는 이런 국제적 흐름이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바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라마다 소년범죄의 양상, 미디어 환경, 사회적 합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방향을 참고하되, 우리 현실에 맞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것

이 문제의 핵심은 가해자를 얼마나 세게 벌하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그대로 둘 것이냐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지금의 시스템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나이가 어리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반대편의 우려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 아이의 뇌는 아직 자라는 중이고,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의 기본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며, 처벌 강화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글에서 제안한 방식들—나이·범죄 정도에 따른 세분화된 책임, 부모의 제한적 책임, 성인이 된 후의 처벌, 장기 관찰 후 판단—이 ‘무조건 강하게 처벌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지금의 ‘아예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와 ‘무조건 강하게 처벌하자’는 주장 사이의 절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법과 제도는 사회의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다만 그 변화는 반론들을 충분히 검토한 위에서, 가해 청소년의 미래와 피해자의 권리를 함께 고려하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달라졌다면, 우리의 논의도 더 깊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